나무는 시인이다 - 이성선
나무는 시인이다
가지에 슬픈 사색의
갈무리를 걸고 서 있지 않아도
그가 새벽 언덕에
엄숙히 기도하지 않아도
온몸이 붓이 되어
하늘 백지에 시를 쓰지 않아도
나무는 시인이다
벌린 팔이 바람을 꽉 쥐고
주린 입술이 대지에
뿌리 박고 거름을 빨아먹으며
천둥번개 아래 벌거벗어
속 뼈 환히 비치도록
하늘 목소리를 전신으로 듣는다
모두가 잠든 자정에
하늘로 올라가
별밭이 꽃잎을 흩뿌리고
우주에 귀 대고 음악을 엿듣는다
나무는 시인이다
황혼을 지고 명상의 길을 밟고
우리에게 고개 숙여 오고 있다
(Like Wind - S.E.N.S.)
출처 : 시와 음악과 사랑이 있는곳
글쓴이 : 숲속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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