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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촬영에서 시도해 볼 만한 다양한 촬영기법

강철용사 2020. 2. 3. 20:55


1. 작은 손전등을 이용하여 허공에 글씨 쓰기


자동차가 지나간 불빛이 궤적으로 남듯이, 허공에 작은 손전등으로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사진에 빛의 궤적이 남게 됩니다. 별을 촬영하는 15~30초 정도의 짧은 시간에 작은 손전등을 이용해서 재빨리 그려 봅니다. 글씨를 쓸 때에는 카메라를 보고 좌우를 꺼꾸로 쓰는 것이 요령입니다. 그림 그리는 모습을 담으려면 노출 중간에 플래시를 한 번 터트려 주면 됩니다.


ilovestar

치악산, 1994.


오래 전에 흑백 필름으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O”를 쓸 때 플래시를 터트려서 글씨를 쓰는 친구의 모습이 나타나게 했습니다. 필름은 디지털 카메라보다 별이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이 사진처럼 별이 많이 나오게 하기 위해서 필름 증감현상의 최대치보다 높은 ISO 50000 정도까지 증감현상을 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 특히 캐논 5D mark II라면 ISO1600 정도만 되어도 이보다 많은 별이 촬영됩니다.



2. 역동적인 밤하늘을 효현하는 짧은 일주 사진


별을 점으로 나타내기 위해서는 15~30초 정도의 짧은 노출시간을 줍니다. 궤적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이런 짧은 노출의 사진을 연속으로 촬영하여 합치게 됩니다. 디지털 카메라는 장시간의 노출에 약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5분~10분 정도의 짧은 일주 촬영이라면 디지털 카메라로도 시도해 볼 만합니다. 물론 30초 이내의 노출로 ‘끊어 찍기’를 해도 됩니다.


짧은 궤적으로 촬영하면 마치 고흐가 그린 밤하늘의 그림처럼 매우 역동적인 느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요령은 별들의 궤적이 그리는 곡률이 변화가 많은 북쪽 하늘을 촬영하며 광각 렌즈로 촬영하되 별의 궤적이 빽빽히 나오도록 촬영하는 것입니다.


여름철 은하수 근방을 촬영하면 은하수가 있는 하늘의 농담이 표현되며 박진감 있는 밤하늘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역시 별이 빽빽히 나올 수 있는 아주 어두운 시골의 밤하늘을 찾아가야 합니다.


북천

태안, 1994.


오래 전 필름 카메라에 흑백 필름으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짧은 곡률과 새벽의 동터오는 하늘에서 오는 계조의 변화가 묘한 역동감을 줍니다.



백령도

백령도, 2011. EOS 5D Mark II,EF 16-35mm f/2.8L II 렌즈, ISO 3200, f/4 20초씩 15장



디지털 카메라로 ‘끊어찍기’ 방법으로 사진을 만들 경우에는 몇 장을 붙여서 사진을 완성할지 촬영을 한 후에도 결정 할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원하는 느낌의 궤적이 나올 때까지 궤적을 길게도 짧게도 해봅니다.


킬리만자로

킬리만자로, 2010.

Canon EOS 5D mark II,EF 14mm f/2.8L II USM 렌즈 크롭, ISO 3200, f/2.8 20초씩 7장


킬리만자로산 위로 은하수 중심부가 보입니다. 곡률이 변해가는 짧은 궤적은 역동적인 밤하늘의 느낌을 줍니다. 은하수가 있으면 느낌이 배가됩니다.



3. 간이추적장치를 활용해서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촬영하기


별이 많이 나오게 촬영하려면, 감도를 높이거나, 조리개를 더 열거나, 노출시간을 늘여야 합니다. 그렇지만 노이즈가 증가하거나, 화질이 떨어지거나, 별이 흐르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그래서 천체사진 전문가들은 별이 움직이는 것을 그대로 추적해주는 적도의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 적도의는 너무나 고가이므로 천문 동호인이 아닌 취미 사진을 하는 분들이 쉽게 구입하기 어렵습니다. 다루기도 무척 어렵습니다.


하지만 별자리 촬영 용도로 나오는 간이 적도의를 사용하면 가격도 저렴하고 다루기도 쉬워서 일반 사진 애호가들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천체추적 장치를 이용하면 노이즈가 증가하지도 화질이 떨어지지도 않으면서 별이 흐르지도 않는, 별이 많이(!) 나오는 사진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여주

여주, 2011. 

Canon EOS 5D Mark II, EF 24mm f/1.4L II 렌즈, ISO 800, f/2.8 1분, 간이추적장치(뮤직박스EQ2) 사용


궁수자리 옆으로 은하수의 중심부가 보입니다.


 

백조자리

여주, 2011.

Canon EOS 5D Mark II, EF 50mm f/1.4 렌즈, ISO 400, f/2.8 2분, 간이추적장치(뮤직박스EQ2) 사용


백조자리를 촬영하였습니다. 백조자리에 있는 작은 성운과 성단도 같이 보입니다. 왼쪽의 붉은 성운은 북아메리카 대륙의 모습을 닮아서 ‘북아메리카성운’이라고 불립니다.



4. 크로스 필터를 써서 빛 갈라짐 만들기


크로스 필터를 이용하면 인위적인 빛 갈라짐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가로등 불빛처럼 밝은 빛이라면 효과가 크게 나타나겠지만 별빛처럼 미약한 빛은 효과가 적지만 밝은 별들 위주로 빛 갈라짐 효과가 생기므로 밝은 별들을 예쁘게 강조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크로스 필터에는 빛이 4방향, 6방향, 8방향 등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사용하면 됩니다. 크로스 필터를 이용할 때에는 노출시간을 조금 더 주어야 효과적입니다. 위 3에서의 간이 추적장치를 이용한다면 더욱 좋습니다.


세쌍동이

일광. 1992.


벌써 20년 전 사진입니다. 쌍둥이 자리의 두 일등성 옆으로 화성이 지나가던 날입니다. 화성까지 이렇게 세 쌍둥이가 되었습니다. 빛이 8갈래로 갈라지는 필터를 이용하였습니다. 고정촬영 15초 정도의 짧은 노출에서는 빛 갈라짐 효과가 약하기 때문에 가장 밝은 화성에서만 빛이 갈라지는 것이 보입니다. 필터 효과가 잘 나타날 수 있는 밝은 별이나 행성을 촬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황소

화천, 2011. Canon EOS 5D Mark II, EF50mm f/1.4 렌즈, ISO 1600, f/3.5 2분, 

크로스 필터 및 간이추적장치 (뮤직박스EQ2) 사용


황소자리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황소자리에는 맨 눈으로도 잘 보이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위쪽의 별이 모여 있는 것)과 히아데스 성단(아래쪽 밝은 별이 있는 별무리)이 있습니다. 추적장치를 이용하여 2분 동안 노출을 줄 수 있어서 이 별무리들이 크로스 필터의 효과로 환상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추적촬영의 결과로 아래쪽 배경은 살짝 흐른 느낌이 납니다.



5. 확산 필터(Diffusion filter)의 활용


필터

확산 필터(Diffusion filter) 

이미지 초점을 미세하게 흐리게 만들어 전체 장면을 부드럽게 만드는 필터


디지털 카메라로 맑고 깨끗한 시골의 밤하늘을 촬영하면 별이 쏟아질 듯 많이 찍혀 나옵니다. 그런데 별이 너무 많으니 밝은 별이 잘 두드러지지 않아 별자리를 찾기도 힘들 지경입니다. 확산 필터를 이용하면 밝은 별이 더 크게 두드러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별들의 색이 보다 잘 표현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화면을 살짝 흐리는 필터이므로 몽환적인 느낌의 밤하늘을 얻을 수 있는데, 반면에 배경도 흐려지므로 이 점에 주의하여 사용하여야 합니다.


이 필터를 이용할 때에도 노출시간을 조금 더 주어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위 3에서의 간이 추적장치를 이용한다면 더욱 좋습니다.


확산 필터가 없을 때에는 입김을 렌즈 앞에 살짝 불어서 촬영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입김이 직접 렌즈에 닿지 않도록 UV 등의 렌즈 보호용 필터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백두산

백두산, 2010. EOS 5D Mark II, EF 24mm f/1.4L II 렌즈, ISO 2500, f/2.2 15초, 확산 필터 사용


백두산 천지 위로 은하수가 보입니다. 주전자 모양의 궁수자리가 확산 필터의 효과로 두드러져 보입니다.

 


카시오페이아

화천, 2011. Canon EOS 5D Mark II, EF 50mm f/1.4 렌즈, ISO 1600, f/2.8, 2분, 

확산 필터 및 간이 추적 장치 (뮤직박스EQ2) 사용


카시오페이아자리입니다. 밝은 별이 강조되어 별자리를 찾기가 훨씬 좋아졌습니다.



물안개

마석, 1992.


새벽 습기로 인해 카메라 렌즈에 이슬이 내린 상태 그대로 촬영하였습니다. 물안개 속에 떠오르는 시리우스의 모습입니다. 이슬내림으로 초점이 안 맞은 것처럼 번져 나왔지만 새벽 물안개의 분위기가 잘 표현되었습니다.



카시오페이아

여주, 2011.

Canon EOS 5D Mark II, EF 50mm f/1.4 렌즈, ISO 400, f/2.8 1분, 간이추적장치(뮤직박스EQ2) 사용


카시오페이아 자리의 별들이 두드러져 보입니다. 밝은 별을 두드러지게 하는 또 다른 방법은 초점을 살짝 흐려주는 것입니다. 촬영 중 초점을 살짝 틀어서 밝은 별이 번지게 하면 됩니다. 이때 화면 가운데를 중심으로 퍼지기 때문에 가장자리의 별들은 동심원이 되지 않습니다. 요령은 1분 노출이라면 초점을 잘 맞춘 상태로 30초 정도를 촬영하고 나머지 30초 동안 초점링을 살짝 살짝 돌려주는 것입니다.




6. 은하수 촬영하기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도 좋지만, 은하수까지 흐른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은하수를 촬영하려면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광공해에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밤하늘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해발고도 1000m 이상의 고지대가 이상적입니다.

 

한편 은하수는 겨울철에는 매우 희미합니다. 5월~10월 정도에 남쪽 하늘에서 은하수의 중심부, 즉 가장 밝은 부분이 보입니다. 사실 은하수는 납작한 접시 같이 생긴 우리 은하를 그것에 속한 태양계에서 바라볼 때, 납작한 은하면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들의 띠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우리 태양계가 10만 광년 크기인 우리 은하계에서 중심에서 3만 광년 정도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은하 중심부 쪽이 보이는 여름에 짙은 은하수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 은하수를 볼 수 있는지, 원리까지 이해했다면 이제 촬영하러 나갈 일만 남았습니다. 촬영법은 고정 촬영과 같습니다. 은하수의 희미한 디테일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노출을 가능한 많이 주어야 합니다. 간이 추적장치가 있다면 효과적입니다.


소백산 파노라마

소백산, 2010

EOS 5D Mark II, EF 24mm f/1.4L II 렌즈, ISO2500, f/2.2 20초, 6장 이어 붙임


은하수는 매우 크기 때문에 끝에서 끝까지 담으려면 광각렌즈가 필요합니다. 위 사진은 6장의 사진을 이어 붙여서 만든 것입니다.



은하수 원상

소백산, 2001.


어안렌즈를 이용하여 전 하늘을 1장의 사진에 담았습니다. 끝에서 끝까지 가로지르는 은하수의 규모를 알 수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별똥별도 하나 찍혔습니다. 필름 시절에 적도의를 이용하여 10분간 노출을 주어 촬영한 사진입니다.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빛에 대한 민감도가 훨씬 좋기 때문에 2분 정도의 노출이면 비슷한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7. 별똥별 촬영에 도전해 보자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별똥별을 촬영해서 소원을 빌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별똥별은 언제 어디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촬영하려면 운이 좋아야 합니다.


하지만 별똥별이 평소보다 많이 떨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 날은 유성이 밤하늘의 한 곳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현상을 유성우라고 합니다. 혜성이 지나간 궤도와 지구가 만나게 되면, 궤도 상에 남아 있던 혜성의 부스러기들이 지구의 대기권으로 진입하면서 별똥별들이 쏟아지게 됩니다. 이렇게 별똥별이 많이 떨어지는 날에는 별똥별을 여러 개 촬영하는 것도 도전해 볼 만합니다.


아래는 주요 유성우가 떨어지는 기간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 날짜에 다행히 달이 밝지 않다면 관측이나 촬영에 유리합니다.


유성우

사분의자리 유성우

1월 3일 전후

물병자리 유성우

5월 6일 전후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

8월 12일 전후

사자자리 유성우

11월 17일 전후

쌍둥이자리 유성우

12월 13일 전후




킬리만자로

킬리만자로, 2010. 

Canon EOS 5D Mark II, EF 24mm f/1.4L II 렌즈, ISO6400, f/2.2, 15sec


산 정상 위로 엄청난 크기의 별똥별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별똥별은 ‘화구’라고 부릅니다.



사자자리 유성우

소백산, 2001.


사자자리 유성우가 비처럼 쏟아지던 날입니다. 별의 궤적을 일주 촬영하였는데, 불규칙한 선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들이 모두 별똥별입니다. 이처럼 유성이 많이 쏟아지는 것은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정도로 매우 희귀한 현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