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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무는 시인이다

강철용사 2018. 7. 31. 22:15



나무는 시인이다 - 이성선

 

나무는 시인이다

가지에 슬픈 사색의

갈무리를 걸고 서 있지 않아도

그가 새벽 언덕에

엄숙히 기도하지 않아도

온몸이 붓이 되어

하늘 백지에 시를 쓰지 않아도

 

나무는 시인이다

벌린 팔이 바람을 꽉 쥐고

주린 입술이 대지에

뿌리 박고 거름을 빨아먹으며

천둥번개 아래 벌거벗어

속 뼈 환히 비치도록

하늘 목소리를 전신으로 듣는다

 

모두가 잠든 자정에

하늘로 올라가

별밭이 꽃잎을 흩뿌리고

우주에 귀 대고 음악을 엿듣는다

나무는 시인이다

황혼을 지고 명상의 길을 밟고

우리에게 고개 숙여 오고 있다

 



(Like Wind - S.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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